옛날얘기

목욕탕에서 - 오지랖도 넓다.

madameoh 2009. 6. 12. 15:41

 

 

한 보름뒤에

대구에서 아버지와 새엄마, 당숙. 당숙모까지 우리집에 오셨다.

노인들은 다리도 아프고 관광은 옛날 다 한것이니 집에 계시겠다고 하셨지만

그냥 하루종일 바라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온천가자고 제안했다.

노인들은 좋아 하셨다. 그래서 그곳엘 다시갔다.

 

목욕하는 도중 나는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니는 와 모욕하다가 실실웃노? 아지매캉 내캉 삘거 버서노이 우습나?"

"아이라얘! 엄마 저 글 안인나. 저 뻘건글씨 저거 내가 썼다."

"니가 언제 저거 써가 부챘노?"

숙모는 "니는 재주도 좋다"

그러고는 웃고 말았다.

 

돌아오는 도중 길이 확 트여  있어서 좀 달렸다.

아버지께서

"야야! 니 면허증 그거 누가 줜노?" "예?"

"차 당장 파출소로 몰고가자." "와얘?"

"가가 니 면허증 갖다조삐자" 

"아부지요. 인자부터 살살 몰끼이까네 고만하시소."

하고 속력을 낮춰 국밥집으로 모시고 갔다.

밥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엄마가

"당신은 와 아로 기로 직일라꼬 자꼬 머라케샀는교? 야가 얼매나 좋은일도 마이하는동

당신은 모리니더. 야가 모욕탕안에 글도 써 부치고... 남 몬하는일도 마이 하더마는"

"니 목간통에 뭐 써 부챘노? 시 썼나? 그라마 붓글씨?"

"언지얘. 아입니더. 아이라 카이까네. 엄마는 참!"

"야가 와 말로 몬하노?  뭐고 야야!" 하고 당숙도 한마디 하셨다.

그래도 대답을 할수가 없어 얼렁뚱땅 얼버무리고 말았다.

 

국밥을 맛있게 잡수시고 소주도 한잔하신 어른들은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조용히 주무시기만 하셨다.

저녁때 남편이 저녁 식사를 예약해뒀다고 모시고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

차를 몰아가는데 퇴근시간이라 굉장히 밀렸다.

아버지는

"야야 ! 약속시간 늑게따. 얼른가자!"  "예"

이때 엄마가 또 나섰다.

"아까는 빨리간다꼬 머라카고, 인자는 늑게간다꼬 머라카고, 어느장단에 춤추는교?"

"시끄럽다 마!  아참! 니 아까 목간통에 뭐 써 부챘다 캤노?"

또 궁금증이 도졌다. 계속 물으신다.

"식당에 가가 말씀 드리께얘. 얘기하자머 깁니더"

 

식당에서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숙모가 또 말을 꺼냈다.

"아지뱀요. 아까 야가 써 부챘다카는기 머고하머 모욕탕 이용규칙이라얘"

"그거로 와 니가 써 부챘노? 니가 모욕탕하고 머 되나?"

"아입니더. 그게 아이고얘. 내가 쓴기 아이고 여차저차해서 그캤심더"

노인네들과 남편앞에서 할수없이 그얘길 다했더니.

내 귀에는 이런 합창이 들려왔다.

"오지랖도 넓다"

'옛날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수탉 알  (0) 2009.06.13
도시락 - 오지랖  (0) 2009.06.12
옛날 얘기 - 술  (0) 2009.06.12
목욕탕에서  (0) 2009.06.12